벨라베자 조약(Belovezh Accords)

우크라이나 러시아 벨라루스 사건기간 : 1991년 12월 8일, 조회수 : 611,   등록일 : 2022-01-01
1980대 후반에 소련의 [1]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추진한 페레스트로이카(Perestroika, 개혁)와 글라스노스트(Glasnost, 개방) 정책은 경제의 침체를 극복하고 정치적 체제의 존속을 도모하였지만, 동시에 공산당 통제의 약화와 민족주의의 분출을 초래했다. 경제는 침체되었고, 각 공화국들은 점차 소련 중앙정부로부터 독립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1991년 8월, 보수파 공산당 세력이 [1]고르바초프의 개혁정책에 반발하여 [2]8월 쿠데타를 일으켰다. 쿠데타는 2일만에 실패로 끝났으나, 그 결과는 돌이킬 수 없는 정치적 변화를 초래했다. 각 공화국들은 독립을 선언하기 시작했고 소련의 중앙 권력은 사실상 기능을 잃었다. 고르바초프의 정치적 권위는 크게 추락했고 대신에 러시아 공화국 대통령 [3]보리스 옐친이 실질적 권력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이후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등 주요 공화국들은 더 이상 연방 유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해 12월, 러시아의 대통령 [3]보리스 옐친, 우크라이나의 대통령 [4]레오니드 크라프추크, 벨라루스의 최고회의 의장 [5]스타니슬라우 슈시케비치는 비밀리에 회동했다. 세 사람은 벨라루스의  [6]벨라베자 숲에 위치한 산장에 모였다. 12월 8일, 세 지도자는 비밀 협상 끝에 벨라베자 협정에 서명했다.
 
협정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소련의 해체와 국제법적 계승의 포기를 명시했다. 즉, 소련은 더 이상 주권국가로 존재하지 않으며, 기존의 15개 공화국은 독립된 국가로서 상호 협력하는 관계로 전환한다는 것이었다.
둘째, [7]독립국가연합(CIS)을 설립하여 각 공화국이 경제·군사·외교적 협의와 협력을 유지하기로 하였다.
셋째, 핵무기 관리 체제를 규정하여 구소련의 핵무기가 러시아·우크라이나·벨라루스·카자흐스탄에 분산되어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의 최종 통제권을 가지는 체계를 구축했다.
 
이 협정은 사실상 소련의 해체를 선언한 것이었으며 고르바초프는 이에 대해 즉시 반발했다. 그는 여전히 자신이 소련의 대통령임을 주장하며 협정이 헌법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러시아 의회와 군부는 이미 옐친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었고 대부분의 공화국들도 독립 의사를 공식화했다.
 
12월 21일, 카자흐스탄의 도시 [9]알마티에서 11개 공화국의 지도자들이 모여 [10]알마아타 의정서에 서명함으로써 [7]독립국가연합(CIS)가 공식 출범하였다. 이로써 소련은 법적·정치적으로 완전히 해체되었다. 그리고 1991년 12월 25일,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대통령직 사임을 선언하고, 다음 날인 12월 26일 소련 최고회의 상원(연방평의회)은 소련의 해체를 공식 승인하였다. 붉은 깃발이 [8]크렘린에서 내려지고, 러시아 연방의 삼색기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벨라베자 협정은 단순한 정치적 문서가 아니라 냉전 구도의 종식과 새로운 세계 질서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소련의 해체로 미국은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부상하였고 구소련 지역은 독립국가들로 분열되었다. 그러나 그 뒤에는 경제 붕괴, 국경 분쟁, 민족 갈등, 핵무기 통제 문제 등이 남았다. 러시아는 소련의 국제적 지위를 계승했지만 제국의 해체라는 역사적 상실감은 이후 몇십 년 동안 정치적 불안의 원인이 되었다.
 
벨라베자 협정의 서명 장소였던 [6]벨라베자 숲은 현재 벨라루스와 폴란드 국경에 걸친 자연 보호구역으로 남아 있으며 냉전 시대의 종식을 상징하는 역사적 현장으로 보존되고 있다.
 
[1] 미하일 고르바초프(Mikhail Gorbachev, 1931년 3월 2일~2022년 8월 30일) : 소련 공산당 서기장(임기, 1985년 3월 11일~1991년 8월 24일), 소련의 초대 대통령(임기, 1990년 3월 15일~1991년 12월 25일)
[2] 8월 쿠데타(1991년 8월 19일~1991년 8월 21일) : 소련 공산당 보수파들이 당시 소련 대통령이던 미하일 고르바초프에 반대해 일으킨 쿠데타. 이틀 만에 실패하였으나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로 이어지게 되었다
[3] 보리스 옐친(Boris Yeltsin, 1931년 2월 1일~2007년 4월 23일) : 러시아 초대 대통령(임기, 1991년 7월 10일~1999년 12월 31일)
[4] 레오니드 크라우추크(Leonid Makarovych Kravchuk,1934년 1월 10일~2022년 5월 10일) : 우크라이나의 초대 대통령(임기, 1991년 12월 5일~1994년 7월 19일)
[5] 스타니슬라우 슈시케비치(1934년 12월 15일 ~ 2022년 5월 3일) : 벨라루스의 정치인으로 초대 벨라루스의 국가 원수. 소련의 벨라루스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의 마지막 서기장 역임
[6] 벨라베자 숲(러시아어, Belovezhskaya pushcha) : 폴란드와 벨라루스의 국경에 걸쳐있는 원시림. 유럽에 남은 마지막 원시림이며 유럽들소가 서식하는 곳이기도 하다. 1979년 폴란드 지역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고 1992년에는 벨라루스 지역이 추가로 등재되었다
[7] 독립국가연합(Commonwealth of Independent States, CIS) : 소련의 붕괴로 인해 독립국가가 된 구 소련 공화국들의 연합체로서 결성된 국제기구이자 국가연합
[8] 크렘린 : 러시아어로 "요새", "성채", "성"을 의미하는 단어로 역사적인 러시아 도시들에서 볼 수 있는 주요 성 단지들을 가리킨다. 대표적인 크렘린으로는 모스크바 크렘린이 있다. 흔히 말하는 크렘린 궁전은 크렘린 내부에 위치한 궁전을 말한다
[9] 알마티(Almaty) : 1925년부터 1994년까지 카자흐스탄 수도. 1991년 카자흐스탄이 독립한 후 알마아타에서 알마티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10] 알마아타 의정서(Alma-Ata Protocol) : 1991년 12월 21일에 서명되었으며 소련 해체 후 독립국가연합(CIS)을 공식적으로 창설했다. 11개 구소련 공화국이 서명한 이 의정서는 상호 인정, 평등, 그리고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포함한 신생 독립국 간의 협력 원칙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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